공익근무일지. 051019
첫출근은 10월 17일 월요일이었습니다.

제가 소속된 곳은 교육인적자원부. 그저 행정업무만 하면서 2년을 넘길거라고 생각하면서 출근을 했지요.

그런 제 생각은 크게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발령난 곳에 따라 달라지긴 합니다만.

저는 XX교육원으로 발령이 났고, 그 곳에서 공익이 하는 일은 청소 및 기타 잡일이었습니다.

그것도 그 넓은 부지를 청소하는 공익이 사실상 한명(선임은 있었지만 곧 제대랍니다...;;)인 곳에서 말이죠.

유난히 비위가 약한 편인지라 새터에서 새내기 촌극을 할 때도 토할 뻔한 위기를 여러차례 간신히 넘긴 제게 화장실 청소라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일이 맡겨지더군요.

물론 그 업무가 메인인 것이 아니라 하루종일 청소하고 기타 잡일을 하면서 체력을 모두 소진한 후, 마무리 작업으로 말이죠.

교육원인지라 고등학교에서 1년에 한차례 교육을 받으러 오고, 자연히 여고에서도 오긴 합니다만, 여고생들에게 둘러쌓인 '그 어떤 무언가'를 느낄 새도 없이 그녀들이 양산한 수많은 쓰레기를 치우며 사람들에 대한 증오를 키우고, 그녀들이 사용한 화장실을 토기를 참으며 청소하면서 혐오감마저 느꼈던게 지난 3일간 제 생활이었습니다.

손가락의 염증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술도 마시지 못한채 그 모든 짜증, 분노, 혐오 등을 고스란히 제 안에 갈무리해야만 했지요.

뭐 그런 정신적인 피로 때문에 애써 포스팅한 글 2개를 그만 실수로 지워버리는 우를 범했을 정도라면... 설명이 되려나요?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지만, 특히나 군복무에 그러한 것은 없다지만 공익이라는 신분으로도 이런 X같은 일을 해야할지는 솔직히 생각 못했기에 지금 제 심정은 암담 그 자체입니다.

어딘가의 공익은 할 일이 없어서 엠에센을 켜놓고 살면서 온라인 게임을 마스터한다는데 할당된 컴퓨터 하나 없이 그저 온갖 궂은 일에 투입되는 제 신세를 생각하면 그저 슬플 따름입니다.

뭐 그 반동으로 결국 반드시 후회할 것임이 분명한 술에 손대고 있는 지금은 잠시 그 슬픔을 잊고 있긴 합니다만...

'널. 럴. 한.' 공익 생활에 대한 모든 기대가 무너지고 그에 따라 2년간의 생활을 충실히 보내기 위해 생각해두었던 수많은 계획이 아스트랄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입장에서 차가운 현실이 그저 한없이 슬프고 또 안타깝기만 하지만 그래도 출퇴근이라는 어마어마한 강점 하나에 기대어 어떻게 2년을 버텨봐야겠지요.


오늘밤에도 차가운 바람이 달을 스치는 것이 이렇게 슬플 수가 없습니다......

내일이 이렇게 두려운 나날은 학창시절에도 경험하지 못했는데 말이지요......



p.s

에잇, 썩을 대. 한. 민. 국.

제 아들 대에도 군복무가 강제라면... 어떠한 선택을 할지 솔직히 자신할 수 없습니다.
by Ezdragon | 2005/10/19 23:33 | Days of Ezdragon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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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屍君 at 2005/10/20 17:37
공익일이 쉬운 게 절대로 아니죠.. orz 그런데도 깎아내리려고 하니..
Commented by 무츠미 at 2005/10/20 19:29
본문 마지막 2째줄 정말 멋집니다...
힘내세요~!!
Commented by gray-ska at 2005/10/20 20:46
제 친구는 쌩노가다를 했었죠....후우...힘내세요.
Commented by 고독한별 at 2005/10/21 00:06
힘을 내십시오. 그리고 우리 사이(...)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엥?)
솔직히 말해, 현역 앞에서 이런 불평을 하시면 자칫 엄청 미움을 받으실
지도 모릅니다. 힘드셔도 답답함을 잠시 마음 속에 묻어두시기 바랍니다.
힘들어도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니까요.
Commented by 바부팅이 at 2005/10/24 01:00
고독한별님~ 무섭삼~ -3-;; 뭐 현역을 지낸 저로서는..;; 그딴게 뭐가힘들어지만..;;;
사람이란 자신이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느끼는 것이니깐 어쩔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힘내시고..사실..;; 군복무(현역)도 하는일은 마찬가지지만..;
군생활의 90%이상은 내무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하지 않는 공익이 편한거라고 생각하는것은 현역병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지금 이 순간은 내 인생의 지나가는 한발자욱에 불과합니다..^^/
Commented by 바부팅이 at 2005/10/24 12:18
알바할때 해봤지만..남자보다 여성용 화장실이 청소할때 곤욕인건 사실입니다..Orz
Commented by 박공익 at 2009/10/26 16:01
나도 공익이긴 하지만 저보다 더 힘든분이 있군요.. 힘내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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